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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생각 3 : "정도(正道)의 삶?"/생활, 연고, 혼상례 검소의 삶

김영란 권익위원장 “아… 아버지”

 

김영란 권익위원장 “아… 아버지”

동아일보 2011-03-08

 
美출장길 ‘별세’ 듣고도 “국가업무가 우선” 귀국 안해
외부에 안알리고 조용히 장례

웃고는 있지만… 미국을 방문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오른쪽)이 4일 워싱턴의 한미재계회의를 방문해 타미 오버비 부회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부친상을 당했지만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최근 부친상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해외 출장 도중 부친의 임종 소식을 듣고도 “국가 업무가 우선”이라며 일정을 마친 뒤 귀국했다.

김 위원장은 4일 저녁 부친 김응수 씨(86)가 별세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기관지협착증이 악화돼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아오던 아버지의 임종 소식은 국제전화를 통해 전달됐다. 김 위원장이 한국의 반부패 정책을 홍보하고 공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출국해 홍콩을 거쳐 미국에 머물고 있던 때였다.

평소에도 업무가 끝나면 병원으로 달려가 병 수발을 해왔던 김 위원장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부친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그는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수행원들은 “남은 일정은 걱정하지 말고 빨리 귀국하시라”고 권했다.

하지만 고심하던 김 위원장은 “나라 일을 위해 마련된 외국 단체들과의 회담을 취소할 수 없다”며 귀국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이후 미 상공회의소 관계자, 기업 인사들과의 만남을 예정대로 모두 소화했다. 슬픔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장시간의 회의도 담담하게 진행했다고 수행원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6일 오후 검은 정장 차림으로 귀국해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의 빈소를 찾아 마지막 밤을 지켰다.

김 위원장은 부친상을 당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가족과 권익위원회에 거듭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장례식장 입구에 공개되는 상주 명단에서는 자신과 남편 강지원 변호사의 이름을 아예 뺐다. 강 변호사도 2004년 3월 모친상을 당했을 때 주변에 전혀 알리지 않았고, 상중에도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친한 지인들조차 7일 발인 직전까지 김 위원장의 부친상을 알지 못했다. 동생인 김문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강 변호사의 일부 지인만 찾은 빈소에서는 조의금도 일절 받지 않았다. 김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한 법조계 인사는 “꼭 갔어야 하는 빈소였는데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경조사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대법관 퇴임을 앞두고 거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로펌에 가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잘못된 전관예우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권익위원장으로서 이를 뿌리 뽑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