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지원 생각 3 : "정도(正道)의 삶?"/법조, 불편부당 정의의 삶

[사설]법조, ‘내부의 적’ 스스로 도려내라

[사설]법조, ‘내부의 적’ 스스로 도려내라

 

 

 

 
검사장 승진을 눈앞에 두고 최근 명예퇴직 신청을 한 현직검사와 1993년 사법개혁을 촉구하다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던 변호사의 ‘친정’에 대한 잇단 고언이 가슴을 울린다. 강지원 서울고검검사와 신평 변호사 모두 오래 전부터 명리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봉사와 사법개혁에 나선 법조인이기에 울림이 더욱 크다.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검찰과 법원의 병인(病因)을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찾으려 한 점 때문에 이들의 외침은 법조계 안팎에서공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지연 학연 직연으로 얽히고설킨 연고주의와 숨이 막힐 듯한 관료주의를 ‘내부의 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대법원장으로부터 새내기판사까지 일천수백명 판사의 서열이 일련번호로 매겨져 있고, 판사들끼리 등산을 해도 자연스럽게 그 순서에 따라 행렬이 형성되는 풍토에서 판사 개개인의 소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또 “연고에 따른 ‘끼리끼리 문화’가 바로 정실재판과 전관예우의 뿌리다”고 단언한다. 승진 및 보직에 대한 압박감과 연고의 압력이 판사들의 정의감과 부패에 대한 저항력을 무디게 한다는 얘기다.

강 검사가 “인사에서 능력보다 연줄이 우선시되다 보니 정치사건에서 상궤를 벗어난 수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의미다. 검찰과 법원의 자정(自淨)과 자존(自尊) 없이 중립성이나 독립성 확보는 요원하며,그러한 논의 또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결론인 것이다. 강 검사는 젊은 검사들에게 독립투사 같은 용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과 법원은 이제 안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신 변호사의 주장대로‘부정한 자신으로부터의 독립’이 진정 거듭날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외압과 부패를 용인하고 끌어들이는 내부의 적을 스스로 도려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그래야 정치권력의 음험한 손길에서 벗어나 두 발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정권변동기인 지금이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