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지킴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강지원 변호사가 2004년 3월 모친상을 당했을 때이다. 주변에 전혀 알리지도
않았고 상중에도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해 8월 그는 진행해 오던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법률사무소 대표직도 사퇴했다.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된 부인 김영란 대법관을
위한 '외조'였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부인의
공정한 재판
수행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엊그제 갑자기 사직서를 냈다.
"(대선에 출마하는 강 변호사의)안사람으로서 공직 현장에 머무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조'의 길을 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0년 대법관 퇴임을 앞두고 거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로펌에 가지 않겠다고 밝혀 '아름다운 퇴장'으로 회자됐다.

두 사람의 언행에서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강지원-김영란 부부. 30년 가까이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길은 달랐지만 같은 궤적을 그려왔다. 사법고시 수석
합격을 차지한 강 변호사는 모두가 예상했던 검사장, 지청장 등의 길을 걷지 않았다. 대신 봉사의 기회가 주어지는 자리에 머물렀다. "판단하고
처벌하는 일을 하는 판사로서 얼마나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는지, 얼마나 슬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는지 항상 자문해왔다"는 김 위원장의 대법관 퇴임사는 남편의 행적과 맞닿아 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랄프 왈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중에서) 각자 삶의 방식에 따라 '성공'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에머슨의 기준에 따르다면 두 사람은 분명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강종규 수석논설위원 kang@busan.com